내가 의대에 들어와서 공부하기 이전에, 아니 실제로 학생일때도 '수술' 하면 왠지 프로세스가 있고 차차차착 하다보면 좋은결과가 짠! 하고 나올것만 같은 것이라고 괜히 생각하고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환자에게 수술 전에 '이렇게 이렇게 수술할거고 이러이러하게 결과가 나올거에요'라고 설명한것과 다르게 수술장에선 많은 일이 일어나더라.
학생때 서저리 파트 교수님들이 수업할때 어떤 과 교수님이든 하시던 말이 대개 이런식이었는데.. '합병증 뭐 이런게 있을 수 있는데 이거 뭐 다 필요없고 그냥 수술 잘하면 돼!' 이런 말. 근데 이말은 정말 사실인것 같다. 정말로 수술은 operator dependent한 분야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더욱 갈린다.
자세하게 적으면 왠지 정보유출 같아서 다 쓰지는 못하겠지만 간 이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교수님들이라도 본인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고(hepatectomy, HA anastomosis, PV anastomosis, BD anastomosis 등..) 자기가 평소에 자주 안하던걸 하다보면 찜찜하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물론 환자에게 수술 전에 '이러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의 범주에 해당하는 문제들이지만 그래도 '아.. 그 교수님이 이걸 하셧더라면'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교수님 한분 한분이 각 TPL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것보다야 지금처럼 파트별로 나눠서 하는게 더 전문적이고 환자에게 좋을것 같긴 한데.
사실 그리고 그 교수님이 전문적으로 하는 분야랴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사소한? 문제들이 생기는걸 막을수는 없지. 환자 개개인의 특성도 있어서(유난히 피가 많이 난다거나..)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고. 내가 봤던것들은 수술중 IVC가 잠깐 열렸다든지.. BD를 열어둔채로 배를 닫았다든지...HA anastomosis중에 문제가 생겼다든지(사실 이거야 정말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만..) 뭐 이런거. 그래도 막상 생각해서 써보려니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ㅎ
liver TPL은 정말 인내와의 싸움이다. '언제쯤 끝나려나' 이런 생각도 품을 수 없게 계속 지루하게 서있어야 한다. '앞으로 다섯시간정도만 있으면 끝나겠네!' 이런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중간에 잠깐 내보내 주신다거나 밥을 먹고 오라거나 하면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지 ㅋㅋ. 그리고 인턴의 자세는 수술하는 4명중 가장 불편한 자세여서 허리는 꺾여있고...ㅠㅠ 오퍼레이터가 등치라도 크면 정말 공간도 없고...허리아픈게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잦은 응급과 당직덕에 수술장에서 조는일이 정말 많았다. 신기하게 항상 11시쯤만 되면 잠이 쏟아져서 hepatectomy중 말레어블이 등장하는 타이밍 정도에 미친듯이 잤다 ㅋㅋ. 그전에야 수술장에서 어떻게 조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정말로 조는게 아니라 자는것도 큰 무리가 아니다ㅋㅋ. 또 정말로 신기한건 양손에 힘 이빠이 들어가게 스크럽을 서고 있어도 졸면서 손에 힘 안풀리고, 졸다가 다리가 풀리는 한이 있어도 손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있게 되었다는것 ㅋㅋㅋㅋㅋ. 잠올때 아무리 잠을 쫓으려 내 스스로를 꼬집어 보고 다리도 꽈보고, 내 발을 밟아보고, 꼿발을 딛어도 보고 눈을 꿈뻑꿈뻑 거려봐도 절대로 잠이 가시지는 않는다. 내 옆에 이남준 선생님, 등뒤에 서경석 선생님이 계셔도 온힘을 다해 잠을 참아도 계속 졸게 되더라;;;. 결국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잠이 오면 한 30분정도만 눈치껏 잘 졸면 피로가 풀려서인지 잠이 깬다는거 ㅋㅋ
그리고 TPL환자는 항상 SICU에 가기때문에 환자 배 닫은 이후에 환자 집어 넣고 샘플하고 검체 접수하고 오더도 넣고 정리하는데 정말 빠르면 30분, 길면 한시간도 걸린다. 그래서 항상 이것도 스트레스였고. 에휴 지금 생각해도 힘들다.
간 이야기만 했는데 신장이야기를 하면...일단 수술 자체는 간보다 간단하다. 일단 BD가 없고 ㅋㅋ. 혈관의 직경도 간보다 크며, incision도 작아서 수술 자체는 간보다 수월하다. 그래서 정규때는 5-6명이 붙어대서 하는 신장이식이 응급때는 펠로우선생님 두명이랑 나, 세명이서 충분히 할 수 있다.
대신 사람 드글드글할때 서면 정말로!! 공간이 없어서 허리가 꺾이는 느낌 백프로 느낄수 있다. 뇌사자 신장적출할때 펠로우선생님 두분과 나 혼자서 들어간적이 있는데 정말로 환자 암보드에 걸터앉듯이 수술대에 올라가서 스크럽 섰었다... 이거 글로 쓰려니 표현이 안되는데 아무튼 말도 안되는 자세로.
여튼, 응급 TPL이 떳을때 차라리 신장이면 은근 할만 하다는거. 선생님 손만 빠르시면 벤치한 이후에 붙이는데 두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이거 이번달 가기전엔 다 쓰려나 ㅋㅋㅋㅋ